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을 읽고

김ㅇㅁ 선생님! 보름 뒤쯤이면 선생님께서 이 글을 보시고 게시겠죠.(구글에 일일이 검색해 보신다고 하셨으니) 여기는 제 블로그이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

에덴의 용10점
칼 세이건 지음, 임지원 옮김/사이언스북스

칼 세이건은 저명한 우주물리학자로, <에덴의 용>, <콘택트>, <창백한 푸른 점>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 중 <에덴의 용>은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로 과학계에서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뇌의 진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지금까지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 다른 동물들의 지능은 어떤지, 꿈의 의미는 무엇인지, 미래에는 인간이 어떻게 발전하여 갈지, 외계인과 어떻게 접촉할지 등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 탄생한 시점은 우주 전체의 역사와 비교해봤을 때 티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거대 도시를 세우고,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고, 한 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불과 전기를 이용하고, 심지어 지구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는 등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인간의 이런 성취가 참 경이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성취는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과 대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 차이가 근본적인 구조상의 이유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한다. 뇌는 크게 R 복합체와 변연계, 신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언어 활동과 추상적 사고, 기억 등을 담당하고 있는 신피질이 인간에게 크게 발달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뇌의 정중앙부터 바깥쪽으로 갈수록 R 복합체, 변연계, 신피질이 순서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뇌 가장 바깥쪽에 있는 고작 몇 cm 두께의 신피질이 인간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왜 이런 특성이 다른 동물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지 궁금했다. 읽다 보니 곧 그 답이 나왔는데, 과거에 인간이 어느 정도 지능이 발달한 다른 동물을 집중적으로 죽였다는 것이다. 그 동물들이 계속 번성했다면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공존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현재 세상의 모습은 180도 바뀌었을 것이다.

5장에서는 동물의 추상 능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중학교 시절 사회 시간에 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배우면서 ‘인간은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다른 동물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내용을 들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갓 태어난 아이와 침팬지를 같이 키워보는 실험이 제시되었었다. 나는 이것을 배우면서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고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몇몇 연구자들이 침팬지들에게 수화를 가르쳐보려는 시도를 했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 침팬지들은 인간의 수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심지어 기존에 알고 있는 단어를 합성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입을 다물 수 없었는데, 인간만이 복잡한 언어생활을 할 수 있다는 내 고정관념이 깨졌기 때문이다. 물론 개미와 돌고래 같은 일부 동물들은 일종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단어의 조합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다른 종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세이건은 현재 인류를 포함한 포유류가 갖고 있는 뱀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중생대에 포유류와 파충류의 치열한 싸움에 대한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상대방을 조용히 할 때 내는 ‘쉿’이라는 소리가 파충류의 쉭쉭대는 소리와 비슷한 것이 단순히 우연은 아니라고 한다. 무척 오래전에 파충류와 경쟁했던 흔적이 아직까지 우리 유전자와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물론 아직 가설이겠지만 꽤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파충류들도 포유류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을까?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지엽적이고 주변적인 사이비 과학, 신비주의 등이 인기를 얻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도 아직 이런 것은 남아있다. 나도 그의 의견에 적극 공감하는데 이렇게 가다보면 현대 과학과 일반 대중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결국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암기 위주의 수업이 아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서로 토론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나가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생각을 가진 선생님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서 칼 세이건은 기초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기초 과학은 단기적으로 보면 단순한 지적 유희이고 경제적 이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과학기술의 토대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모든 기술이 한때는 추상적인 기초 과학의 영역에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인 전기는 수 백 년 전만 해도 순수하게 이론적인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전기가 이렇게 널리 응용될 것이라는 것을 거의 예측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과학의 최전방에 있는 이론들도 나중에 어떻게 응용될지는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 과학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칼 세이건은 물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공과 별로 관련이 없는 글을 써서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랍다. 이것은 그가 물리만 깊게 공부한 것이 아니라 넓은 분야를 공부해 이를 융합시키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는 통섭의 시대라고 한다. 한 우물만 깊게 파는 사람보다는 여러 분야를 깊게 공부해서 그것을 융합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나도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공학과 같은 다른 과학, 더 나아가서 인문학까지 공부해 이를 모두 통섭할 수 있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

1 comment

  1. Pingback: @melotopia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