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위치와 운동량, 그리고 해밀토니안(Hamiltonian) :: 양자역학의 기초적인 이론과 컨셉

지난 시간에는 파동함수와 슈뢰딩거 방정식에 대해 다루었다. 파동함수는 입자가 특정 위치에 존재할 확률에 대한 확률밀도함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며, 주어진 포텐셜에너지 하에서 파동함수를 구하는 방정식이 다음과 같은 슈뢰딩거 방정식이라는 것을 배웠다.

i\hbar\frac{\partial\Psi(x,t)}{\partial t} = -\frac{\hbar^2}{2m}\frac{\partial^2\Psi(x,t)}{\partial x^2} + V(x)\Psi(x,t) (식 1)

이번에는 이러한 파동함수가 위치와 운동량, 더 나아가서 일반적인 물리량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 보려고 한다.

위치

고전역학이라면 우리는 입자의 위치를 하나로 특정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이 입자는 딱 ‘이 위치’에 있는 것이고, 저 입자는 딱 ‘저 위치’에 있는 것이다.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이 정확하게 입자의 위치를 공간상에서 찝을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어떤가? 저번 시간에 보았듯이,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단순히 입자가 특정 위치에 존재할 확률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위치’가 아니라 입자의 ‘위치 기댓값(expectation value)‘를 다룬다. 고등학교 수준의 통계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댓값이란 어떠한 시행을 했을 때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1부터 6까지 적혀 있는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오는 눈금 수의 기댓값은 3.5이다. 이는 주사위를 수없이 많이 던졌을 때 각각의 시행에서 나온 값을 전부 평균내면 3.5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역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위치를 비롯한 어떠한 물리량의 기댓값은 그 물리량을 측정했을 때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값을 의미한다. 더 정확하게는, 같은 파동함수를 가지는 수많은 계들을 준비하고1 각 계에서 주어진 물리량을 측정할 때의 측정값들의 평균을 의미한다.

위치의 기댓값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알 수 있다. 참고로, 어떤 물리량 Q 의 기댓값은 \langle Q \rangle 로 표기한다. (앞으로 \int_{-\infty}^{\infty} 는 간단하게 \int 로 줄여서 표기한다.)

\langle x \rangle = \int x |\Psi(x, t)|^2 dx
(식 2) 위치의 기댓값

|\Psi(x, t)|^2 가 확률밀도함수이고 |\Psi(x, t)|^2 dx 가 위치 x에서 x+dx 에 입자가 존재할 확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위 식을 이해하기 쉽다. 주사위 눈금의 기댓값을 계산할 때 각 눈금과 그 눈금이 나올 확률을 곱해서 전부 더하는 것처럼, 이 경우에도 측정할 값인 x 와 그 x에 대응되는 확률을 곱해서 전부 더하는 것이다.

위 식을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왜 이렇게 바꾸는지는 조금 뒤에서 알게 될 것이다.

\langle x \rangle = \int \Psi^*(x, t) x \Psi(x, t) dx
(식 3) 위치의 기댓값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면 |\Psi(x, t)|^2 의 확률밀도함수로 특정 위치로 측정된다. 또한, 이렇게 측정되는 위치의 기댓값은 (식 2)나 (식 3)으로 알 수 있다. 그러면, 위치를 측정한 다음에는 파동함수는 어떻게 될까? 정답은, 파동함수가 무너진다(collapse)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측정한 순간 파동함수는 측정된 위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곳에서 0이 되고 측정된 위치에서 무한대(\infty )가 된다. 아직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체계적으로 다룰 것이다.

파동함수의 무너짐

파동함수의 무너짐.

운동량

고전역학에서 운동량은 질량에 속도, 즉 ‘위치의 시간에 대한 미분’을 곱한 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 운동량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양자역학에서 속도라는 것을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위치에 대해서 다루긴 했지만, 속도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위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속도라는 개념은 정말 모호해 보인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운동량(의 기댓값)을 계산하기 위해서 ‘위치의 기댓값의 시간에 대한 미분’을 속도로 이용하겠다. 즉, 질량에다 위치의 기댓값의 시간에 대한 미분을 취한 값을 운동량의 기댓값으로 생각하자. 약간의 미적분학 기술과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해 식을 전개하면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식이 도출된다. 정확한 유도 과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 번외로 작성하겠다.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사실 이것은 운동량의 정확한 정의는 아니다. 어쨌거나 결과는 정확한 정의와 일치한다.

\langle p \rangle = \int \Psi^*(x, t) \frac{\hbar}{i}\frac{\partial}{\partial x} \Psi(x, t) dx
(식 4) 운동량의 기댓값

오퍼레이터 (Operator)

자, (식 3) 위치의 기댓값 식과 (식 4) 운동량의 기댓값 식을 비교해보자.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두 식이 형태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식 모두 \Psi^*(x,t) \Psi(x, t) 사이에 어떠한 식이 감싸져 있다. 위치의 기댓값에는 x 가, 운동량의 기댓값에는 \frac{\hbar}{i}\frac{\partial}{\partial x} 가 들어가 있다. 이제 이러한 식을 오퍼레이터(operator)를 이용해서 나타낼 것이다. 오퍼레이터 \hat{x} \hat{p} 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hat{x} = x

\hat{p} = \frac{\hbar}{i}\frac{\partial}{\partial x}

(식 5) 위치 오퍼레이터와 운동량 오퍼레이터

즉, 다음과 같다.

\hat{x}\Psi(x, t) = x\Psi(x, t)

\hat{p}\Psi(x, t) = \frac{\hbar}{i}\frac{\partial}{\partial x}\Psi(x, t)

(식 6)

이를 이용해 (식 3)와 (식 4)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langle x \rangle = \int \Psi^*(x, t) \hat{x} \Psi(x, t) dx

\langle p \rangle = \int \Psi^*(x,t) \hat{p} \Psi(x, t) dx

(식 7)

또한, 어떠한 물리량 Qx p 의 함수, 즉 Q(x, p) 일 때, 다음과 같은 사실도 성립한다.

\hat{Q}(x, p)=Q(\hat{x}, \hat{p})

즉,
\langle Q \rangle = \int \Psi^*(x,t) \hat{Q}(x, p) \Psi(x, t) dx = \int \Psi^*(x,t) Q\left(x, \frac{\hbar}{i}\frac{\partial}{\partial x}\right) \Psi(x, t) dx

(식 8) 위치와 운동량에 의존하는 물리량

사실, 나중에 더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모든 관측가능한 물리량들은 오퍼레이터와 일대일 대응된다. 이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수학적 툴을 배우고 나서 더 자세하게 할 것이다.

슈뢰딩거 방정식의 의미

(식 8)의 예로 운동에너지를 살펴보자. 알다시피 운동에너지 T 는 다음과 같다.

T=\frac{p^2}{2m} (식 9)

즉, 운동에너지는 운동량에 대한 함수로, (식 8)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운동에너지 오퍼레이터 \hat{T} 은 다음과 같다.

\hat{T}=\frac{\hat{p}^2}{2m} = -\frac{\hbar^2}{2m}\frac{\partial^2}{\partial x^2} (식 10)2

어디에서 본 식 같지 않은가? 다음의 슈뢰딩거 방정식과 비교해보자.

i\hbar\frac{\partial\Psi(x,t)}{\partial t} = -\frac{\hbar^2}{2m}\frac{\partial^2\Psi(x,t)}{\partial x^2} + V(x)\Psi(x,t)

이 식은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 우변의 첫번째 항이다! 그런데, 슈뢰딩거 방정식 우변의 두번째 항은 포텐셜에너지에 관한 것이다. 즉, 슈뢰딩거 방정식의 우변은 운동에너지와 포텐셜에너지의 합, 즉 총 에너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해밀토니안(Hamiltonian)’ 오퍼레이터 \hat{H} 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해밀토니안이라는 개념은 일단 ‘총 에너지’와 거의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hat{H} = -\frac{\hbar^2}{2m}\frac{\partial^2}{\partial x^2} + V(x)
(식 11) 해밀토니안(Hamiltonian) 오퍼레이터

해밀토니안 오퍼레이터는 운동에너지와 포텐셜에너지의 합, 즉 총 에너지에 대응되는 오퍼레이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배운대로 해밀토니안의 기댓값은 총 에너지의 기댓값과 같을 것이다. 해밀토니안을 이용해 슈뢰딩거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i\hbar\frac{\partial\Psi(x,t)}{\partial t} = \hat{H}\Psi(x, t)
(식 12) 슈뢰딩거 방정식과 해밀토니안 오퍼레이터

위 식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기존의 슈뢰딩거 방정식을 해밀토니안 오퍼레이터를 이용해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함축을 담고 있는데, 슈뢰딩거 방정식은 계의 총 에너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방정식이라는 것이다. 즉, 슈뢰딩거 방정식을 푸는 과정은 계의 총 에너지를 구하는 과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 글에서는 양자역학에서 위치와 운동량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와 오퍼레이터의 개념에 대해 배웠고, 이를 이용해 슈뢰딩거 방정식의 대략적인 의미를 살펴보았다. 다음 글부터는 본격적으로 선형대수학이라는 툴을 이용한 수학적 엄밀화 과정에 들어갈 것이다. 이러한 엄밀화 과정을 통해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컨셉이 어떻게 틀을 잡아가는지 알아보자.

  1. 이러한 계들을 앙상블(ensemble)이라고 부른다.
  2. 제곱을 이계미분으로 바꾼 것에 의아해할 수 있는데, 잘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제곱을 오퍼레이터를 두 번 작용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오퍼레이터간의 곱셈처럼 쓴 것은 엄밀히 말해 곱셈이 아니라 합성이다.

15 comments

    1. 감사합니다! 요즘 한동안 글을 안쓰고 있다가 이제야 댓글을 봤네요ㅠㅠ 다음 글도 빨리 써야겠어요.

    1. 감사합니다 :) 수힉 입력은 LaTeX를 입력할 수 있는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 상당히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글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비전공자 입장에서 어렴풋한 개념 정도는 알 수 있겠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1. 한동안 블로그 관리를 안하다보니 글을 안쓰고 있네요ㅠㅠ 확답은 드릴 수 없겠지만 언젠가 써보겠습니다.

  2.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해가 엄청 잘 되요ㅠㅠ 4번째도 얼른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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