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파동함수와 슈뢰딩거 방정식 :: 양자역학의 기초적인 이론과 컨셉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역학에서 한 입자의 상태를 나타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3차원 좌표 x, y, z가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속도 \dot{x}, \dot{y}, \dot{z}도 입자의 상태를 기술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1 입자가 지나가는 점들의 좌표 세 성분과 각 점들에서의 속도 세 성분을 안다면 그 입자의 상태를 완벽하게 기술할 수 있게 된다. 자, 이제 양자역학의 눈으로는 이러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보자.

파동함수와 슈뢰딩거 방정식

양자역학에서는 한 입자의 상태를 위치나 속도와 같은 개념이 아닌 파동함수(wave function)라는 괴이한 도구를 이용해 나타낸다. 파동함수는 보통 \Psi(x,t)로 표기되며, 표기에서 알 수 있듯이 위치 x와 시간 t에 대한 함수이다. (일단 1차원 공간에서만 생각하자. 3차원으로의 확장은 한참 뒤에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파동함수라는 정체모를 물건은 다음과 같은 식을 만족한다.

i\hbar\frac{\partial\Psi(x,t)}{\partial t} = -\frac{\hbar^2}  {2m}\frac{\partial^2\Psi(x,t)}{\partial x^2} + V(x)\Psi(x,t)
(슈뢰딩거 방정식)

이 식이 바로 그 유명한 슈뢰딩거 방정식(Schrödinger’s equation)이다. 매우 복잡해 보인다. 여기에서 \hbar 플랑크 상수2이며, ‘h bar’라고 읽는다. m 은 입자의 질량, V(x) 는 위치에 따른 포텐셜에너지이다.3

식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왼쪽은 일단 파동함수의 시간에 대한 편미분이다.4 그런데 눈여겨 볼만한 것은, 여기에 허수 i 가 계수로 붙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할까? 바로 파동함수는 복소수함수라는 것이다. 즉,  파동함수는 실수 항과 허수 항으로 나뉘어진다. 이 사실을 잘 염두하고 있어야 하는데, 나중에 파동함수에 대한 연산을 할 때 실수의 연산 규칙이 아니라 복소수의 연산 규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파동함수가 복소수함수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이상하다. 우리는 파동함수가 한 입자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한 입자의 성질을 나타낼 수 있는 우리가 아는 물리량 중에 복소수인 것이 있는가? 위치, 속도, 질량, 운동에너지, 포텐셜에너지, 운동량 등등 우리가 아는 것들은 전부 실수이다. 그러면 도대체 파동함수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단 말일까? 이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가 다루겠다.

오른쪽은 두 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항은 파동함수의 공간에 대한 2계 편미분이며, 두 번째 항은 포텐셜에너지와 파동함수의 곱이다.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몇 가지 설명을 더 해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슈뢰딩거 방정식이 포텐셜에너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결과적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편미분방정식이다. 주어진 포텐셜에너지 V(x) 에 대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파동함수 \Psi(x, t) 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힘 \vec{F} 에 대해 다음과 같은 뉴턴의 운동 방정식

\vec{F}= m\ddot{\vec{x}}

을 풀어 위치 \vec{x} 와 속도 \dot{\vec{x}} 를 얻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즉, 뉴턴 역학에서 뉴턴 운동 방정식에 대응되는 식이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파동함수의 물리적 의미

자, 그런데 중요한 물음이 남았다. 도대체 파동함수는 물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파동함수는 복소함수이다. 이러한 복소함수가 물리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다음과 같다.

어떤 입자의 파동함수 \Psi(x, t) 에 대해서,

|\Psi(x, t)|^2

특정 시간 t 에 그 입자가 특정 위치 x 에서 발견될 확률에 대한 확률밀도함수이다. 즉,

\int_{a}^{b} |\Psi(x, t)|^2 dx

는 특정 시간 t 에 그 입자가 x=a x=b 사이에서 발견될 확률을 의미한다.

즉, 파동함수 그 자체보다는 파동함수에 절댓값과 제곱을 취한 값이 물리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다. 어떤 입자의 위치를 모종의 방법으로 관측할 때 그 입자가 특정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이 파동함수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확률‘이라는 점이다. 양자역학은 어떤 입자의 절대적인 위치를 말해주지 않는다. 단순히, 그 입자가 어떤 위치에 존재할 확률만 말해줄 뿐이다.

확률밀도함수라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면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좋다.

어떤 입자의 파동함수 \Psi(x, t) 와 매우 짧은 거리 dx 에 대해서,

|\Psi(x, t)|^2 dx

는 그 입자가 특정 시간 t 에서 위치 x x+dx 사이에서 발견될 확률이다.

또한, 파동함수가 복소함수라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Psi(x,t)| 은 복소수 범위에서의 절댓값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즉, 다음과 같은 식을 만족한다.

|\Psi|^2 = \Psi^*\Psi
(\Psi^* \Psi 의 켤레복소수)

파동함수의 정규화

|\Psi|^2 가 확률밀도함수라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int_{-\infty}^{\infty} |\Psi|^2 dx = 1
(파동함수의 정규화(normalization) 조건)

이를 파동함수의 정규화(normalization) 조건이라고 부른다. 또한, 아직 계수가 정해지지 않은 파동함수에서 정규화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계수를 정하는 과정을 ‘정규화시킨다(normalize)‘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파동함수와 슈뢰딩거 방정식, 그리고 파동함수의 물리적인 의미에 대해서 다루었다. 예정과 다르게 여기에서 끝을 맺고 슈뢰딩거 방정식에 대한 나머지 내용들은 다음 글에서 하려고 한다. 일단 글을 쓸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나머지 내용까지 하려고 하다가는 두번째 글이 나올 때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 변량 위에 점(.)을 찍으면 그 변량의 시간에 대한 미분을 의미한다.
  2. h 와는 다르다 h 와는! \hbar = \frac{h}{2\pi} 으로 정의되며 약 1.054 \times 10^{-34} \ \mathrm{J\cdot s} 쯤 된다. h 가 아니라 \hbar 를 사용하는 이유는 후자를 사용하는 편이 더 식이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3. 포텐셜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경우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4. 편미분을 아직 배우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면, 간단하다. 다루는 변수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들을 모두 상수로 취급하고 미분하는 것이 편미분이다.

13 comments

  1. 글을 읽고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1. 양자역학에서 linear algebra의 tool이 많이 사용되나요?
    2. 글에 보면 ‘복소수가 수식에 포함되어 있다’라는 것을 바탕으로 글을 풀어나가시는데 그러면 이런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는 어떤 수학과목에서 배울 수 있나요?(ex: 슈뢰딩거 방정식은 미분방정식 과목과 관련되어있다던지..) 복소함수론에서 배우나요?

    1. 댓글 감사합니다!

      1. linear algebra의 tool이 매우매우 많이 사용됩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linear algebra는 양자역학을 위해 만들어진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2. 선형대수학과 미분방정식만 배우면 학부 수준의 양자역학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어요. 복소함수론은.. 배워놓으면 쓰이는 곳이 있긴 한데 학부 수준에서는 굳이 배우지 않아도 괜찮아요.

      1. 그러고보니 선대 교수님께서도 inner product가 quantum mechanics에서 관측에 해당한다는 얘기를 하신적이 있네요. linear algebra 정말 공부할 수록 대단합니다.

  2. 리처드 파인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지 확인해 보고 싶다면. 그것을 어린아이에게 이해시켜보아라… 엄청난 내공이시네요.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주 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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