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클라크의 <라마> 시리즈 ; 정체모를 거대한 우주선이 지구에 다가온다면

최근 일주일동안 아서 C. 클라크의 <라마> 시리즈를 읽었다. 아서 클라크는 SF Big 31 중 하나로 뽑히는 SF 소설의 거장인데, 몇 년 전에 대표작인 <유년기의 끝>을 읽고 엄청난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주와 외계 지성,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외감을 낭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이었다. <라마> 시리즈는 그의 또다른 대표작으로, 총 네 부로 이루어져 있다. 역시 우주와 외계 문명에 대해 알 수 없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라마와의 랑데부 Rendezvous with Rama> (1973)

라마 110점
아서 C. 클라크 지음, 박상준 옮김/고려원(고려원미디어)

사실 이 1부만이 라마 전체 시리즈 중 유일하게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게 줄거리를 쓰면, ‘라마’라고 이름붙여진 거대한 원통형 외계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이 곳에 탐사선을 보내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대충 이렇게 생긴.

라마의 외관

라마의 외관

위 그림으로는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게 실제로는 엄청나게 크다.

라마 내부

라마 내부

실제로는 이 그림보다도 훨씬 크다. 원통의 중심축에서 바닥까지의 거리가 10 km였나.. 대충 지표면에서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까지의 거리와 일치한다. 책을 읽다보면 이 내부 구조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텍스트로만 이루어지다보니 잘 상상이 안간다. 아니 수십 km의 구조물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게다가 우주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특이한 현상들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을 상상하는 것도 꿀잼이다.

우주에 대한 경외감과 외계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철저한 과학을 근거로 한 참신한 상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아서 클라크 특유의 낭만적인 문체는 그러한 상상력을 더 돋보이게 하는 듯하다.

<라마 II Rama II> (1988), <라마의 정원 Garden of Rama> (1991), <라마 밝혀지다 Rama Revealed> (1994)

나머지 시리즈는 전작 <라마와의 랑데부>에 비해 혹평을 받는다. 이 세 부는 아서 클라크 혼자서 쓴 것이 아니라 젠트리 리라는 다른 작가와 공동 집필한 작품이다. 사실 젠트리 리가 다 썼는데 아서 클라크가 이름만 붙혔다는 말도 있고, 아서 클라크가 직접 쓴 팬픽션이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래도 꽤 재밌게 읽었다.

전작보다는 인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 외계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전반적인 내용을 이룬다. 그래서 아서 클라크 식의 ‘거대하고 장엄한 우주 공간에 대해 넋을 잃게 만들기’ 요소는 확실히 떨어진다. 따라서 전형적인 아서 클라크의 감수성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 독자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며, 나도 우주선이 뜨기 전 초반부에는 좀 지루하게 느꼈다. 아서 클라크니까 참고 읽자 라는 생각이었으니까.

전반적으로 두번째 라마 우주선이 지구에 온 이후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룬다. 그 전에 첫번째 라마가 지구를 떠나고 지구 사회에 발생했던 여러 사건들을 언급하고, 주인공들이 어떤 위치에 있고 서로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설명한다. 탐사선이 우주선에 들어간 이후로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야기는 백 년 정도 동안 흘러가며 마지막에는 라마의 궁극적인 목적과 설계자가 무엇인지 밝혀진다.

확실히 전작보다 우주에 대한 알 수 없는 경외감은 덜 느껴졌지만, 다양하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고 라마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

  1. 보통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A. 하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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