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향의 구분법과 Political Compass (정치 성향 나침반)

전통적으로 개인의 정치 성향은 좌우로 구분되곤 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 많은 서양의 학자들은 이 구분법에 의문을 표하게 된다. 이 구분법에 의하면 스탈린과 간디가 같은 선상에 위치하게 되고, 부시와 히틀러가 비슷한 곳에 위치하게 된다.

이런 좌우 구분법에 의문을 가진 정치학자들은 새로운 정치 성향 체계를 만들게 된다. 그것이 바로 상하좌우로 성향을 나누는 Political Compass(정치 성향 나침반)이다. 물론, 한 사람이 만든 것은 아니고, Pournelle Chart, Nolan Chart 등 다양한 구분법이 존재한다.

각 차트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Political Compass는 일반적으로 개인의 정치 성향을 다음 두 축으로 나눈다.

  • 시장 경제 축 (좌우) : 시장 경제의 자유에 대한 관점을 나타낸다. 왼쪽으로 갈수록 정부의 시장 관여를 옹호하며, 오른쪽으로 갈수록 시장의 자유를 선호한다. 가장 왼쪽에는 공산주의가 위치하며 가장 오른쪽에는 완전한 자유지상주의가 위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개인 자유 축 (상하) : 개인의 사회적 자유에 대한 관점을 나타낸다. 한 쪽으로 갈수록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며, 다른 쪽으로 갈수록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옹호한다. (어느 쪽이 위쪽인지는 차트마다 다르다.)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정부 기관의 언론 개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불심검문과 같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정부기관의 권력 행사를 반대하며, 낙태, 안락사, 동성애 등에 호의적인 편이다.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개인의 권리 보장보다는 사회 질서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권위적이고 엄격한 가정을 옹호하고, 사회 현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원하는 편이다. 가장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쪽에는 무정부주의가 위치하며 그 정반대편에는 파시즘이 위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Political Compass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European-political-spectrum.png, by-sa)

그림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북한, 중국, 구 소련 등이 채택하고 있는 공산주의(communism)는 왼쪽-권위주의 쪽에 위치한다. 그리고 현대 유럽 복지국가의 정당들은 보통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나 사회자유주의(social liberalism)을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진보 정당들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진보정의당 유시민 전 장관은 사회자유주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주의(conservatism)에 해당하며, 민주당은 좀 애매하긴 한데 중도에 가까운 보수주의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참고로, 북유럽의 ‘보수’라고 불리는 정당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다. 유럽 국가에서는 공산주의 운동과 그 실패를 직접 겪었고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회민주주의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의 경우 공산화 운동을 겪어본적이 없고 자유주의 세력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사회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고 한다.)

이 구분법에 따르면 간디는 왼쪽-자유주의에, 스탈린은 왼쪽-권위주의에, 부시는 오른쪽-약한 권위주의에, 히틀러는 오른쪽-강한 권위주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political compass
(출처 : http://www.politicalcompass.org/analysis2, 위 그림에서 상하가 바뀌었다.)

물론, 이러한 구분법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사실 개인의 성향을 더 세밀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다른 축들이 더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민족주의-탈민족주의 축) 또한, 아무리 축을 많이 만들어도 인간의 가치관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방법으로 정확히 성향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Political compass는 기존의 좌우에 의한 구분법을 깼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좌파’를 ‘공산주의’와 혼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하지만 엄연히 둘은 다른 개념이며, 이는 위 구분법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좌파 진영 중 권위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정당들이 뚜렷한 정치적 소신을 갖고, 유권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정당을 선택하는 사회야 말로 진정한 정당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정당 중에 뚜렷한 정치적 철학을 갖고 있는 당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정착된지 반백년도 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선진국처럼 ‘이 정당은 정치 나침반 상에서 이곳에 위치하고 있어.‘라고 딱 말할 수 있게 되려면 우리나라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4 comments

  1. 음, 저도 예전에 정치성향 간이 테스트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사회민주주의와 아니키즘의 사이에 나타났죠.
    스트링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정치관을 딱 표현할 수는 없다..).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2. 혹시 이 글을 저희 동아리 신문 자료로 활용해도 될까요? 출처는 반드시 명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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